[1983 집밥육아 #412] 아침 고사리들깨볶음과 수유 뒤 보송한 성탄 아침

성탄 아침이라 해도 우리 집 부엌은 늘 하던 순서 그대로예요. 아버지는 시골 가게 문을 일찍 열어야 해서 두툼한 잠바를 걸치고 나가셨고, 어머니는 젖병을 데운 물에 담가 온도를 살피며 저를 안고 계셨어요. 할머니는 전날 불려 둔 고사리를 조물조물 만지시며 "아침에는 부드럽고 고소한 게 낫다" 하셨답니다.
오늘의 아기 밥
저는 태어난 지 137일째, 아직은 어른 밥상에 같이 숟가락을 얹는 때가 아니에요. 오늘 아침도 제 밥은 수유와 분유가 전부였고, 어머니가 미음 끓일 작은 냄비를 한번 씻어 말려 두신 정도였어요. 할머니가 고사리 냄새가 강하지 않게 볶으신다며 부엌문을 살짝 열어 두셔서, 저는 포대기 안에서 고소한 들깨 향만 맡았답니다.
오늘의 가족 집밥
오늘 가족 밥상은 고사리들깨볶음이에요. 겨울 아침 밥 위에 올리면 씹을수록 부드럽고, 들깨가루가 국물 없이 촉촉하게 붙어서 할머니 손맛이 나는 반찬입니다. 아버지는 가게 문을 열기 전 밥 반 공기에 고사리 한 젓가락을 얹어 드시고, 어머니는 저를 재운 뒤 따뜻한 보리차와 함께 천천히 드셨어요.
만드는 법
재료는 2~3인분 기준이에요.
- 삶은 고사리 300g
- 대파 30g
- 다진 마늘 8g
- 국간장 20ml
- 진간장 5ml
- 들기름 20ml
- 들깨가루 25g
- 물 120ml
- 소금 1g, 마지막 간 맞춤용
- 통깨 3g
- 삶은 고사리는 찬물에 2번 헹군 뒤 손으로 가볍게 눌러 물기를 빼요. 줄기가 너무 길면 먹기 좋게 5cm 길이로 자릅니다. 질긴 끝부분이 있으면 손끝으로 만졌을 때 딱딱한 부분만 잘라내요.
- 대파는 뿌리와 시든 겉잎을 떼고 씻은 뒤 0.5cm 두께로 송송 썰어요. 다진 마늘은 8g, 작은 숟가락으로 납작하게 1숟가락 정도 준비합니다.
- 팬을 중불에 1분 예열하고 들기름 20ml를 둘러요. 고사리를 넣고 중불에서 3분 볶습니다. 이때 젓가락으로 너무 세게 누르지 말고 뒤집듯이 섞어야 줄기가 덜 부서져요. 고사리 표면에 윤기가 돌고 들기름 향이 올라오면 다음 단계로 갑니다.
- 다진 마늘 8g, 국간장 20ml, 진간장 5ml를 넣고 중불에서 2분 더 볶아요. 팬 바닥에 간장이 바로 타는 냄새가 나면 불을 약불로 낮추고 물 30ml를 먼저 부어 식혀 주세요.
- 물 120ml를 붓고 뚜껑을 반쯤 덮은 뒤 약불에서 8분 익혀요. 중간에 한 번 열어 뒤집어 주고, 바닥이 마르면 물을 30~50ml씩 추가합니다. 잘 익으면 고사리가 젓가락으로 눌렀을 때 부드럽게 휘고, 국물이 팬 바닥에 자작하게 남아 있어요.
- 들깨가루 25g을 뭉치지 않게 흩뿌리고 약불에서 2분 섞어요. 들깨가루가 물기를 머금어 고사리에 고소하게 붙으면 완성에 가까워요. 너무 되직하면 물 30ml를 더 넣고 1분만 섞어 주세요.
- 불을 끄고 대파와 통깨 3g을 넣어 잔열로 30초 섞습니다. 한 젓가락 맛본 뒤 싱거우면 소금 1g, 손가락 두 꼬집 정도만 더해요. 처음부터 소금을 많이 넣으면 들깨의 고소함보다 짠맛이 먼저 올라오니 마지막에 맞추는 편이 좋아요.
별점
★★★★☆
부드럽게 삶은 고사리에 들깨가루가 착 붙어서 겨울 아침 밥반찬으로 참 든든했어요. 아기에게 먹이는 음식은 아니지만, 부엌에 남은 고소한 향은 포대기 속 아침 기억처럼 포근했답니다.
파워블로그 한줄평
가게 문 여는 아버지의 첫 숟가락까지 따뜻하게 붙잡아 준, 성탄 아침의 고소한 고사리들깨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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